건설현장의 진짜 안전, 문서로는 부족합니다 – 현실과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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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13, 2025
건설현장의 진짜 안전, 문서로는 부족합니다 – 현실과 대안

건설현장의 진짜 안전, 문서로는 부족합니다 – 현실과 대안

안전관리 보고서, 정말 현장을 위한 것일까요?

건설안전 분야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느끼는 점은 바로 이겁니다. 수많은 법령과 지침에 따라 작성되는 각종 서류들. 하지만 그 서류들이 정말 현장 안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문서는 현장에 비치되지만, 실질적으로 읽히거나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문서 중심의 안전관리, 현장에서는 다른 이야기

건설기술진흥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 교육시설법 등 각종 법령은 분명히 현장 안전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제정된 것들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참 다릅니다. 착공 전에 마련된 각종 문서들은 현장 한쪽에 놓여 있을 뿐, 공사가 끝날 때까지 단 한 번도 펼쳐지지 않기도 합니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나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해당 자료의 존재조차 모른 채 하루하루 공사에만 매달리곤 합니다. 교육은 형식적으로 처리되고, 교육자료는 단순히 체크리스트로 남아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서류는 서류대로, 현장은 현장대로 따로 흘러가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안전관리일까요?

형식에 치우친 안전관리, 무력감을 안길 때

실무자로서 하루에도 몇 건씩 보고서를 쓰고 각종 점검표를 작성합니다. 서류상으론 완벽하게 갖췄다고 자부할 수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누군가 다쳤다는 소식을 들으면 이 모든 작업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특히 대기업 현장과는 달리,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소규모 현장에서는 더더욱 이 괴리가 느껴집니다.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며 근로자들과 대화하고, 직접 확인하며 느꼈던 위험요소들이 서류에는 전혀 담기지 않는다는 사실. 이럴 때면 허무함이 몰려옵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진짜 현장을 지키고 있는 게 맞는지, 고민하게 되는 날이 많습니다.

대기업과 소규모 현장의 간극

물론,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형 건설사는 다릅니다. 정기적인 안전교육이 이루어지고, 매뉴얼도 체계적으로 배포되며,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맞춤형 대응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근로자들도 자연스럽게 위험요소를 인식하고, 사소한 문제도 즉각적으로 보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지요. 그러나 소규모 현장은 그렇지 못합니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다 보니, 교육은 간소화되고 문서 작업은 최소한의 요건만을 맞추는 수준으로 처리되기 일쑤입니다. 말하자면 안전은 그저 서류상 요식행위처럼 다뤄지고, 현장과는 점점 더 멀어져 가는 느낌입니다.

실질적인 안전관리로 가기 위한 고민

그래서 저는 요즘 더욱 생각하게 됩니다. 진짜 현장을 위한 안전관리는 무엇일까? 단지 보고서를 잘 쓰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 한 명 한 명이 현장의 위험요소를 인식하고 스스로 조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은 쉽지만, 이를 실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변화부터 시도해봐야 한다고 믿습니다. 교육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바꾸고, 형식적인 전달에서 벗어나 현장의 언어로, 그리고 각자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교육방식이 필요합니다. 근로자들이 단지 지시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위험을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디지털 기술도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현장 점검을 모바일로 간편하게 하고, 안전지침을 QR코드 하나로 전달할 수 있다면, 그나마 문서가 살아있는 정보로 활용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협력업체와의 정기적인 미팅이나, 누구나 쉽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피드백 채널도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이런 것들이 쌓여야 비로소 진짜 안전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겠죠.

정책적 뒷받침 없이는 변화도 없다

물론, 이런 변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재해예방기술지도 제도가 단지 실적 쌓기용이 아니라 현장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쓰이도록 개편되어야 하고, 소규모 현장에도 충분한 예산이 지원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전관리자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교육과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자료들처럼, 공공에서 제공하는 정보들도 더 쉽게 접근하고 실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하겠지요. (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

마무리하며 – 안전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

서류 속에 담긴 규정과 수치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그 규정을 실행하는 사람의 의지와 태도입니다. 저도 매일같이 서류를 작성하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가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생각합니다. 내가 기계처럼 일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람으로서 이 일을 해내야 한다는 것을요.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움직인다면 분명히 더 나은 건설현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안전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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